우리의 돈은 얼마나 안전한가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3장]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책 표지

인플레이션은 부의 재분배를 초래한다. 새로 만들어진 돈을 먼저 확보한 사람은 변하지 않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지만 새로운 돈을 뒤늦게 얻거나 손에 넣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격 상승의 피해자가 된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진짜 모습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정의를 혼동한다. 인플레이션은 '부풀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inflare'에서 파생되었고, 디플레이션은 '빠져나가다'라는 뜻의 라틴어인 'deflare'에서 유래했다.

  • 전통적 정의(20세기 이전)
    • 인플레이션 = 통화량 증가
    • 디플레이션 = 통화량 감소
  • 현대적 정의(케인스 이후)
    • 인플레이션 = 물가 상승
    • 디플레이션 = 물가 하락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확장이며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통화량 축소를 뜻한다.

문제는 이 현대적 정의가 의도적으로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통화량 확대) 대신 탐욕스러운 자본가나 석유 산업 같은 '편리한' 희생양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다. 물가 상승도 통화량 확장에 따른 다양한 결과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통화량이 확장한다고 해서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혁신이나 분업 확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물가 상승을 대체한다.

현대의 통화량 증가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유럽중앙은행의 전문가들은 통화량 증가의 목표치를 연간 4.5퍼센트로 설정해두었다. 이 말은 유로 존에서 매년 이 비율로 통화량이 증가하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돈이 더 많아진다고 해서 국민경제가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왜 통화량이 연간 10퍼센트 혹은 100퍼센트씩 늘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든 사람들의 계좌에 0하나를 더 붙인다 해서 모두가 부유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시간이 흐르며 상품의 가격이 10배가량 뛰어오르는 결과를 낳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통화량을 10배로 늘려도 실물재화의 양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저 모든 가격표의 숫자가 10배가 될 뿐이다.

이는 통화량이 얼마든 간에 화폐가 가진 교환 기능을 충족시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폐에 0을 한개 더하면 상품 가격은 10배로 오르고 0을 하나 빼면 가격이 10분의 1로 낮아진다. 이런 깨달음은 통화량이 반드시 '재화량의 성장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라거나 '경제가 성장하려면 통화량 증가가 필요하다'라는 오해를 불식시킨다.

만약 화폐 생산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한다.
이는 소비자에겐 이득이고, 생산성 향상에 따른 '민주적인' 혜택이다.

하지만 채무자에게 가격 하락은 불리하다. 채무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통화량 확장을 정당화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돈이 먼저 들어간 사람만 승자가 된다.

여기서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과 마주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한 사회의 수입 분배와 재산 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이용해 점점 부유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이쯤이면 당신도 왜 책 제목이 이것인지 이해했을 것이다.

#부를 얻는 소수의 수혜자들

한 번 상상해보자. 작은 시골 마을에서 모두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
빵 한 덩이 1달러, 우유 한 병 1달러, 집 한 채는 10만 달러.
물가는 안정적이고, 사람들은 일한 만큼 번 돈으로 필요한 걸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근처에서 금맥이 발견된다. 처음 발견한 시굴자는 금을 팔아 현금을 잔뜩 챙긴다.
그 돈으로 빵집에 가서 빵을, 목장에 가서 우유를, 부동산에 가서 집을 산다.
빵집 주인과 목장 주인은 갑자기 매출이 늘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 소문은 곧 마을 전체로 퍼지고,
"금이 많이 나왔대!"라는 말과 함께 가격이 슬그머니 오르기 시작한다.
빵 1.2달러, 우유 1.2달러, 집 12만 달러.

문제는, 금을 처음 손에 쥔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물건을 샀다는 거다. 그 뒤에 돈을 받은 사람은 이미 오른 가격으로만 살 수 있다. 마지막에 돈이 들어온 사람은 물건 값은 올랐는데, 본인 소득은 그대로라 오히려 손해다.

통화량이 증가하거나 팽창할 때 제일 먼저 새로 만들어진 돈을 손에 넣는 사람이 혜택을 봄. 현대에선 주로 국가, 은행 그리고 (대)기업 관련 자들이 새로운 돈을 가장 먼저 손에 쥔다.

#누가 벌고, 누가 잃는가

통화량 증가로 인한 재산의 재분배로 캉티용 효과가 발생한다. 즉, 새로운 돈이 시장에 퍼지는 순서에 따라 부의 재분배가 일어난다.

  • 수혜자
    • 국가, 은행, 대기업, 대형 투자자, 이미 부유한 사람들
    • 기존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부동산·주식을 더 살 수 있다.
  • 피해자
    • 월급 생활자, 연금 수급자
    • 새 돈이 도착할 무렵엔 이미 물가가 올랐고, 구매력이 떨어진다.
    • 저축으로는 이미 가격이 오른 자산을 살 수 없다.

2013년 독일 보고서에 따르면, 하위 50% 가구는 전체 순자산의 1%만 가지고 있었고, 상위 10%는 53%를 차지했다.

국가는 화폐 독점 체제를 통해 슈퍼 리치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부의 재편을 장려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정의'라는 모토를 내세워 구원자를 자처한다. 이는 마치 방화범에게 자신이 지른 불 위에다 약간의 물을 끼얹을 책임을 주는 것과 같다.

강압에 의한 부의 재편은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재분배 과정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재분배가 줄어들기를 원하고, 승자들은 늘어나기를 원한다. 재분배 과정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재분배가 줄어들기를 원하고 승자들은 재분배가 늘어나기를 원한다.

자유시장에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애플이 가격을 올렸다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가? 이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경쟁사로 갈아타면 된다. 자유시장에선 모든 결정이 자발적으로 내려진다.

지난 30년 간 기술 혁신과 국제 분업을 통해 상품 가격은 30~40% 이상 떨어졌어야 했지만, 통화량 증대 때문에 오히려 상승했다. 발권은행은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사실상 통화량 확장을 통해 물가 하락 효과를 억제하여 지속적인 구매력 상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의 통화량 증대와 배후에 숨겨진 재분배

#빈부격차의 진정한 주범

금과 같은 '현물 화폐 시스템'에서는 통화량 증가가 걱정되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현물 화폐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국가가 화폐 독점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발권은행과 시중은행 시스템이 만들어낸 화폐 공급 과잉 현상이 국민들을 덮친다.

금과 지폐 간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그 규모다. 금의 양은 연간 1~2% 정도만 증가했지만, 현대 화폐 시스템에서는 M2 통화량이 연간 10% 이상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7년마다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폐는 또한 버튼 하나로 통화량을 10배로 늘릴 수 있다. 독점권을 가진 이들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버튼 딸깍 한번이면 충분하다.

통화량 확장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거나, 물가 하락을 억제하며 사회 내부에서 수입과 자산의 재분배를 일으킨다. 이 재분배는 대체로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이루어지며, 돌이키기 불가능한 영속적인 성격을 띤다.

통화량 확장(인플레이션)은 사회의 빈부 격차 확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는 임금만으로 먹고살기 힘들고 외벌이 수입만으로는 가족 부양이 힘든 현실에 대한 책임이 그것이다.

통화량 확장(인플레이션)은 사회의 빈부 격차 확대의 주범이다.